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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하나 썼다.

조회 수 894 추천 수 0 2012.10.12 02:23:20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진 이야기

김명식.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지건 간에 욕해서는 안 된다. 무언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흔한 일이니까. 살다보면 별에 별게 다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니까. 예를 들면 과일이라던가. 다만 그 떨어진 물체에 대한 대응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건 인정한다. 물론 욕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떨어진 물체가 자신을 맞출 뻔 했다고 욕하지 않았던 어느 사람 덕분에 일어난 이야기이다.


201X년 X월 X일. 남산 국정원 소속 지하 벙커 안 제 2 취조실.

“그래, 2개월 하고도 22일 동안의 수용소 생활은 편안하셨는가?” 국정원 제 2 부서의 이인자인 과장 직위의 홍진호 요원은 방금 취조실로 들어온 취조 대상에게 홍 과장 특유의 미소를 날리며 말했다. 다만 그 말은 한국어가 아니었다.

“뀍뀍, 그새 어떻게 우리의 언어를 습득했는가? 너희들 털 없는 원숭이들은 역시 마법이라도 부리는 건가?” 역시 돌아온 대답도 한국어, 아니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언어와도 다른 말이었다. 취조 대상의 복식 역시 현대 지구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옷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16세기 유럽인들의 복식을 닮았다고 할까.

“뭐, 마법 같은게 아니오. 지난 2개월 간 국내의 모든 언어학자들과 음운학을 연구하는 교수와 연구원 222명을 비밀리에 소집하여 당신네들의 대화 내용을 관찰하고 조사해서 대충 때려 맞춘 거요. 암호 해독이랑 다를 거 없지.” 나머지 22일 동안은 수천 수만 번의 연습으로 자신이 이들의 언어를 터득했음을 알아주길 바란 홍 과장이었지만 그의 성격이 자랑을 좋아하진 않아서 그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뀌-익, 참으로 대단하구만.” 인간으로 치자면 혀를 차는 행동을 하며, 이 돼지를 닮은 외계인은 이죽거렸다. 홍 과장이 보기에는 콧구멍을 벌름댄 것 뿐 이었지만.

“잡담은 여기까지만 하고, 취조를 시작하겠소. 먼저, 당신의 이름과 출신, 소속을 대시오.”

“취익! 나는 슈바인 성간제국(星間帝國) 제 6함대 소속 제 7 북동함대의 제 8별동대의 제 9 분함대의 제 10 분대의 함장으로서, 황제폐하께로부터 야만 행성의 개척과 교화, 자원 탐사 및 개발의 권한을 위임받아 제국의 번영을 위해 일하고 있는 스팸이라고 한다.” 스팸이라는 이름의 이 외계인은이 아주 자랑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며 대답했다. 숨을 쉴 때마다 두툼한 목살이 출렁였다.

“상당히 대단한 것처럼 얘기하지만 결국엔 말단중의 말단이란 소리군.” 스팸의 장황한 설명을 한 문장으로 일축하는 홍과장이었다. “그리고 이름 하고는... 제국 이름도 딱 너희 모습에 어울리는 단어군.”1)

뭔가 짭짤한 맛이 느껴지는 이름이라 생각한 홍 과장은 취조 후에 먹을 점심식사의 메뉴를 속으로 정했다.

“지구에 온 목적은?”

“말했잖은가? 이해력이 딸리는가? 너희들 미개하고 천박한 털없는 원숭이 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왔다.”

“뭐? 교화?” 오늘날 지구에선 그 사용 빈도가 흔치 않은 단어를 외계인에게서 들은 홍 과장은 흥미가 일었다.

“그렇다.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제 13대 왕 슈바인 오크 린더 폐하께서 야만스런 각 행성들의 소수 종족들을 가엾게 여기시어, 전 우주에서 가장 발달한 기술과 앞선 문명을 가지고 있는 제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전 우주 곳곳에 파견하시어 미개한 종족들을 가르치고 깨우쳐 당당한 문명국으로 거듭나도록 만들고 계신다. 그런 숭고한 사명이 아니라면 이런 우주의 변방에서도 촌구석인 이곳까지 왜 왔겠는가?”

“흥, 교화시키러 온 평화의 사자라 하기엔 가지고 온 무장이 너무 과한데? 그리고 문명화 시키러 왔다는 놈들이 무고한 시민들에게 발포해?” 홍 과장은 과거 현장을 돌아다닐 때의 폭풍같은 성격을 억누르며 계속 질문했다.

“그것은 너희 털없는 원숭이들이 먼저 공격하려는 의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야만 행성의 미개한 종족들은 하늘에서 내려오면 일단 경외심을 보이며 땅에 엎드려 우리를 경배한다. 그런데 네놈들은 우리가 내려오자 갑자기 품속에 있던 네모난 뭔가를 꺼내서 그것을 우리에게 겨누더니 갑자기 큰 빛이 번쩍였다. 물론 우리에게 별다른 피해는 주지 못했지만 명백한 공격의사로 간주하여 공격했을 뿐이다.” 스팸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너희가 대한민국 상공에 나타났을 때, 우리는 당신들과 대화하기 위해 모든 채널을 열고 전파를 내보냈다. 하지만 당신들은 전파를 수신하고도 그 어떤 반응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적으로 간주되었으며, 그래도 최초로 벌어진 미지와의 조우였기 때문에, 공격의사는 전혀 없었으며, 위험을 감수하고 최소한의 병력만이 투입되었었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전파라니, 그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그런 것 따위 수신한 기록이 없으며, 우리가 너희와 최초로 조우한 것은 지상에 내려왔을 때이다.”

저 돼지 비스무리한 외계인이 말하는 네모난 뭔가는 분명 휴대전화기일 것이다. 사진찍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화근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홍진호 과장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우주를 항해하는 기술을 가진 외계인이 전파를 모른단 말인가? 역사의 발전 단계에서 휴대전화가 필수는 아닐지 몰라도 전파라면 원격 통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물건일텐데, 정녕 몰랐던 걸까, 아니면 침략을 위하여 일부러 무시한 걸까.

“포로로 잡힌 시민들에게서 가장 먼저 물은 게 ‘너희의 왕에게 우리를 데려가라’ 였다고 들었다. 물론 당시엔 너희의 언어를 몰라 뜻대로 되진 않았지만. 무엇을 하려 그랬는가?”

“미개한 네놈들이라도 분명 우두머리는 있을 터. 그와 직접 대화한다면 혼란은 금방 사그라들고 너희들을 직접 통치..아니 교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번지수를 잘못 찾았군. 이 나라에는 왕은 없다. 모두가 평등한 인간들이 있을 뿐.”

“꿀꿀, 역시 미개한 행성이었군. 왕조차 없다니. 고귀한 혈통과 신분제라는 개념조차 없는 행성이었군. 보통이라면 우리가 그렇게 내려온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종족의 우두머리가 나타나 우리와 대화를 하려 했을 터. 이곳은 선사시대 수준의 문명조차 지니지 못한 것인가? 이런 미개하다 못해 어리석기 그지없는 원숭이들에게 붙잡히다니, 일생일대의 수치와 굴욕이다.” 무언가 계속 속을 긁는 듯한 스팸의 발언들을 참아가며, 한편으로는  홍 과장은 계속 물었다.

“어떤 방법으로 교화하려 했는가?”

“일단 우리의 선진 문명을 가르치기 위해 너희 종족 수컷과 암컷 수십 쌍을 제국으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문명화의 대가로 이곳의 각종 광물과 보석들을 받을 생각이었다. 이정도면 아주 공명정대한 처사임을 네놈들은 이해 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홍 과장은 어이가 없었다. 이 돼지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여 신분제를 옹호하고 있었으며, 그 행동 논리는 자원을 수탈하고 원주민을 노예로 부리는 몇 세기 전, 전 세계를 판치던 제국주의 논리와 비슷했다. 물론 스케일은 우주급이었지만.

“당신네들의 범행 내역을 알려주겠소. 먼저, 대한민국 상공에 갑자기 나타났을 때부터 이미 수십 번 전파를 통하여 사전 경고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대한민국 영토를 무단 침입한 죄. 불법으로 총기로 무장하여 총기소지법을 위반한 죄. 총기를 무고한 시민들에게 발포하여 사상자를 만든 죄.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테러를 넘어서서 무장단체를 이용하여 국가전복을 꾀했다는 점이오. 인정합니까?”

“뀌-익,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영명하신 황제폐하의 신민이며, 황제폐하의 결정만이 법일 뿐이다. 권력을 지닌 왕도 없고 혈통과 신분의 질서조차 없는 어리석고 야만적인 네놈들 털없는 원숭이들의 말 따윈 나 스팸은 듣지 않는다!”

“해적선 선장 주제에 콧대만 살았군.” 홍진호 과장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과거 현장을 주름잡던 폭풍같은 성격이 나와버렸다. “밖에 이제동 요원 있나? 오프 더 레코드. 녹화 끊어! 그리고 오랜만에 남산 할매네 가게 매상 좀 올려준다고 연락해! 이분께 따끈한 설렁탕 한그릇 대접해 드려라! 배불리 드시고 나면 좀 대화할 맘이 드실 거다! 취조는 여기까지다!”

홍진호 과장이 말한 설렁탕이 뭔지 모르는 스팸은 멀뚱히 있다 제 2취조실 밖으로 끌려 나갔다. 그리고 삼십분 뒤, 남산 및 지하벙커에는 돼지 멱 따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한시간 뒤, 남산 국정원 소속 지하 벙커 안 제 3 취조실

“자발적으로 나서서 협조해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아까 생각한 대로 따끈한 밥에 짭짤한 햄을 얹어 식사를 해결한 홍진호 과장은 다음 취조자가 들어오자 정중하게 맞이하였다.

“아닙니다. 스팸 선장님 다음에는 분명 부함장인 제 차례임이 분명하니 여러분의 수고를 덜기 위해서 자진해 나선 것 뿐입니다.” 자신의 직함이 부함장임을 밝힌 취조자는 스팸과는 달리 매우 정중했다.

“그러면, 심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름과 소속과 성분을 말씀해주십시오.” 상대의 품격 때문인지, 아니면 이인자라는 동질감 때문인지 매우 정중하게 그를 대하는 홍 과장이었다.

“저는 슈바인 성간제국(星間帝國) 제 6함대 소속 제 7 북동함대의 제 8별동대의 제 9 분함대의 제 10 분대의 부분대장인 런천미트라고 합니다. 주요직책은 부선장이며, 스팸 선장님의 작전 참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직책에 앞서 한 사람의 학자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까? 어쩐지 먼저 취조를 받았던 스팸과는 달리 품격이 느껴지는 군요. 스팸보다 더 비싸서 그런가?”

“무슨 말씀이신지?”

“아, 혼잣말입니다. 아무 의미 없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들어갈 땐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 선물세트를 사들고 가야겠다고 생각한 홍 과장 이었다.

“앞선 취조에서 당신들이 여기에 온 목적과 의도는 잘 알았습니다. 마침 학자라고 하시니, 당신에게는 우리 인류가 당신들 종족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자 합니다. 괜찮겠습니까?”

“이미 포로로 잡힌 몸. 그리고 저 역시 학자로서 당신네 인류에게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제게도 질문이 허락된다면, 그리고 제국에 해가 되는 정보를 발설하지 않는 다는 조건만 지켜진다면 충분히 질의응답 하겠습니다.”

“협조적인 태도에 감사합니다. 그 답례로 먼저 질문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미력하나마 아는 범위 내에서는 성실히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면 먼저 묻겠습니다. 제국 군인이 200명이나 동원된 작전이었습니다. 우주의 여러 변방 행성들을 돌아다니며 야만 종족들, 그리고 경쟁 국가들의 함대와 수십번의 전투를 경험한 저입니다. 전 우주에서 가장 강하며 최근에 발견된 화약이라는 기술을 동원한 최신식 군대인 제국군인 200명을 상대하려면 경쟁 국가들도 최소 2배수가, 그리고 야만 종족 따위는 1000명이 몰려와도 능히 상대하는 제국군인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고작 30분만에, 어떤 마법을 썼길래 단 한명의 희생자 조차 없이 모두를 제압한 것입니까? 제 기억으로는 갑자기 희뿌연 안개가 일더니 이내 모두가 구토와 재채기를 하며 쓰러졌소. 이후에 한 병사에게 들으니, 총을 쐈는데 유리로 된 방패조차 뚫지 못했고, 기괴한 탈을 쓴 자가 들이민 조그만 곤봉에 찔리자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는데, 정말이지 지옥에서 온 사신 같았다고 하더이다. 대체 어떻게 우리를 이긴 것이오?” 학자이지만, 역시 군인이기도 한 런천미트는 이해 되지 않는 패전의 정황을 가장 먼저 물었다.

“음, 당시 상황을 설명해 드리죠.” 홍 과장은 가지고 들어왔던 파일 들 중 하나를 펼쳐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당신네들은 지난 201X년 Y월 Y일, 당신네들의  그 요상한 우주선을 타고 대한민국 광화문 광장에 툭 하고 떨어져서는, 200명 남짓의 무장인원을 동원하여 무고한 시민 십수명에게 총기를 사용하여 사상자를 내었고, 수십명의 시민들을 구속, 구타 및 폭행을 저지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전투경찰순경들이 사용한 최루탄에 모두 제압 당했소. 그리고 이영호 일경의 보고에 따르면 최루탄 투하 지역에서 조금 떨어져있던 외계인 한 명 정신을 차리고  총을 발포했으나, 다행이 강선 조차 없는 화승총이라 진압방패로 막을 수 있었으며, 이후에는 스턴 건으로 기절시켰다고 하는군요. ” 홍 과장은 어이없는 상황보고를 보며 웃음이 나오려 했으나 이내 예의를 갖추어 대답했다.

“취이익, 무슨 소린지 전부 알아 들을 순 없군요. 전투경찰순경이란 것은 이 나라의 최정예 무력집단을 말하는 것이오? 최루탄, 스턴 건 이란 건 모두 당신들이 쓰는 해괴한 마법이고?”

“뭐, 틀린 말은 아니니 그렇다고 해둡시다. 다만 전투경찰순경은 그저 조금 위험한 일에 투입될 뿐이지, 보통은 치안유지를 담당하는 부대입니다. 최정예 무력집단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허허, 우리는 고작 치안대에게 당한 것인가...” 허탈해 하는 런천미트였다.

“그러면 하나 더 묻겠습니다. 저희가 이곳에 도착 했을 때, 우리를 경배하는 자들 도 없었고, 우리를 맞으로 나오는 우두머리도 없었습니다. 정녕 이곳에는 왕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입니까? 아니면...”

“네, 지구 지표면에 존재하는 국가들 중 대부분엔 왕이라는, 한 사람에게 모든 사람들의 생사여탈권과 자유가 주어진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왕이 있는 국가라도 그 권한은 법으로 제한되어있는 국가들 뿐입니다. 우리는 이미 몇 세기 전에 절대권력을 쥐고 있는 왕과 소수의 부유한 귀족을 몰아내고 모두가 법이라는 일정한 기준앞에 평등한 사회를 건설했습니다.”

“정녕 그것이 가능하단 말이오? 우리 제국에서는 이제 일부 삼류 자칭 학자 나부랭이들이 지껄이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치부되는 것을..” 런천미트는 크게 놀란듯 했다.

“그러면 이쪽에서 묻겠습니다. 먼저, 어떻게 이 지구를 발견하신 겁니까?”

“우연일 뿐입니다. 우리가 사는 성계의 항성을 기준으로 잡고, 인근에는 그 어떤 항성계도 존재하지 않던 망망대해의 우주를 건너 도착해보니 당신들이 태양이라고 말하는 항성계가 있었으며, 성계의 세 번째 행성인 이곳에 당신들이 살고 있었을 뿐입니다. 우주를 누비는 수많은 종족 들 그 누구도 여기에 발을 들였던 흔적이 없어 아주 미개한 종족이라 판단, 제국의 영토로 만들기 위하여 착륙하게 된 것입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별빛에 의지하여 여기까지 왔단 말입니까? 이거야 뭐..” 정말이지 16세기의 대항해시대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 홍 과장이었다. 스케일은 우주급이었지만.

“계속해서 묻겠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주선을 타고 있는 외계인의 이미지는 현재 인류보다 최소 수백년은 앞선 문명과 과학지식을 가지고 있는 유능한 종족이라는 이미지입니다.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고작해야 위성에 우주선을 보냈다가 귀환하는게 고작이니까요. 당연히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우주선을 가진 종족이라면 능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하지요. 그게 당연한 데...” 예의 때문인지 계속 말을 고르며 단번에 말을 하지 못하는 홍과장이었다.

“계속하시오. 신경쓰지 않을 터이니.”

“고맙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종족은, 뭐랄까, 우리의 이미지와는 매우 동떨어져있습니다. 우주 항행 능력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사상도 우리 인류의 300년 이전의 수준이며, 사용하는 무기도 역시 고작 그정도 수준입니다. 정말 당신 종족이 성간 제국을 건설할 정도로 강력한 종족이 맞습니까?” 그랬다. 앞선 취조에서부터 홍 과장과, 밖에서 취조실을 지켜보는 국내의 학자들, 국정원 요원들 모두가 느끼던 바는 이것이었다.

‘쟤네 진짜 외계인 맞아?’

그도 그럴 것이, 인류의 입장에선 인류 이상의 과학기술과, 그 과학기술을 제어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제도와 이성이 모두 확립되었을 때야 우주 진출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인류는 반세기 전부터 과학기술 만능 주의로 인하여 자신들을 멸망시켜버릴 수도 있는 기술마저 보유하고 있었다. 행성조차 벗어날 수 없는 과학기술로도 이정도인데, 우주를 누비는 외계인이라면 그런 압도적인 과학기술을 제어할 수 있는 냉철한 이성과 사회 제도 역시 인류의 수준을 뛰어넘었을 것이라 예상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논리를 런천미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궁금하오. 이토록 앞선 과학기술과 제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지구인은 왜 여태까지 우주로 나오지 않은 것이오? 이 행성에 올 때 보아하니 10억명 이상이 되면 행성의 기운이 쇠하여 점점 죽어갈 것 같던데.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가 7억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오?”

“잘못 말하셨군요. 이 지구에는 이미 70억에 가까운 인류가 살고 있습니다.”

“70억! 70억이나 된다는 말이오? 전 우주에 흩어져있는 슈바인 제국의 인구가 채 30억이 안되거늘..”

“이야기가 옆으로 샜군요. 대답해 주십시오. 고작 화승총이나 쏘면서 어떻게 우주를 항해할 수 있는 겁니까?”

“우리 제국이 총을 개발해 낸 것은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총을 가진 종족은 우주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제국이 우주를 누비고 다닌 건 지구의 시간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1000년 전부터 였습니다! 그 당시 어느 한 과학자가 과실수 밑에 누워있다 떨어진 과일을 보고, 이 과일이 떨어지지 않고 반대로 하늘을 향해 날아갈 수는 없을까 하는 상상을하다 영감을 얻어 우주선을 개발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행성을 벗어나 전 우주로 퍼져나갔고,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으로 다른종족과의 경쟁에서 앞서간게 우리 제국이란 말입니다! 1000년 전의 조잡한 기술로도 만들 수 있는 우주선을 어째서 인류는 만들지 못한것입니까?”

홍 진호 과장은 그러한 놀라운 사실을 들은 이후, 말을 더듬거리며 이었다. “우리 인류사에서도, 당신네와 같이 떨어진 과일을 보고 영감을 얻은 과학자가 있었습니다...”

그랬다. 우주선을 만드는 기술은 사실 인류사의 어느 시점에서든지, 아니 최소 16세기 이후에는 언제든지 등장해도 이상할 게 없는 기술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16세기 그 당시지구에 있던 어느 과학자는 떨어진 과일 을 보고 중력의 법칙을 생각했고, 그 때 인류는 이 행성의 지표면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한정지어버린 것이다. 이 때 인류 스스로 우주선을 만들어 우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대신 인류는 지구라는 제한된 환경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개혁하고 혁신해온 결과, 우주선을 제외한 온 우주를 압도하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과일 하나를 보고 욕한 사람과 그것을 탐구한 사람의 차이가 나비의 날갯짓이 일으킨 바람이 300년이 지나자 거대한 폭풍이 되어 1000년 이라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시간을 따라잡은 것도 모자라 앞서간 꼴이 되고 말았다.

두 번 째 취조가 끝난 이후 홍 과장은 그의 오랜 친우이자 악우이자 상관인 임요환 부장과 격식을 차리지 않고 대화를 나눴다.

“보고가 들어왔다. 국내의 모든 물리과학자들과 소재공학자, 그리고 각종 공돌이들을 갈아넣은 결과 그들이 타고 왔던 우주선을 역설계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군. 그렇게 많은 인원이 투입되었던 것도 우주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각 부분별로 나누어 일부분씩 만을 역설계 하도록 했기 때문이지, 그렇게 어려운 구조가 아니었다고 하더라. 포스텍과 카이스트, 유니스트 국내 3개 과기대의 공동연구로 1년안에 시험기 완성이 가능하고, 3년안에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하더군.” 임 부장은 그 큰 머리를 까딱거리며 홍 과장에게 알려주었다.

“정말 별거 아닌가보네. 몇 년 전에 자체기술로는 인공위성 하나 못날려서 러시아에 굽신대던 한국인데도 그렇게 자신있게 말하다니.” 몇 년 전 세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가단위의 거대한 불꽃놀이로 끝나버렸던 나로호 발사를 떠올린 홍 과장이었다.

“진호 네가 취조해준 덕에 많은 정보를 얻었다. 런천미트라는 녀석, 학자이며 군인이라고 했었나? 두가지를 한꺼번에 하려하니 이도 저도 아니게 되고 어설펐어. 덕분에 많은 정보를 유추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너의 취조 이후 스팸 그 녀석한테서 얻어낸 정보도 상당해. 자기는 최대한 숨길 만큼 숨겼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의 정보만으로도 저놈들 돼지우리 본거지도 위치도 역산하면 알아 낼 수 있을 정도야.” 예리한 분석력을 가진 임 부장은 벌써 거기까지 계산중이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걱정을 홍 부장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앞으로 어떻게 될까?”

“뭐가 말이야?”

“우주 시대 말이야. 아무리 감추려 해도 몇 년 안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EU 모두 우주선을 개발해서 지구 밖으로 나가게 될거야. 그러면 지구인들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저 돼지놈들이 그랬던 것 처럼, 그리고 우리가 과거에 당했던 것 처럼 전 우주를 상대로 제국주의적인 모습을 취할까? 아니면 지금처럼 불안정 하게 진행되고 있던 세계 통합이 이루어 져서 우주를 선도하는 모범이 될까? 저 돼지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전 우주에서 지구인을 이길 수 있는 종족은 아무도 없다는 얘기잖아. 이거 뭐 테란도 아니고.”

“전례가 있으니까 잘 해나가겠지. 제국주의의 잔인함을 스스로 체험해 봤고, 과학기술로 인해 두려워 하며 서로를 겨눈 채 위태로운 평화상태를 무사히 넘겨보기도 한 인간이잖아? 그런데 정말 신기하지 않냐?”

“뭐가?”

홍 진호 과장은 300년 전에 있었던 어느 과학자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미소지었다.


취조를 마치고 수용소로 돌아온 런천미트는 그의 상관인 스팸이 벌겋게 부어오른 코를 부여잡고있는 모습을 보았다.

“코는 어째서 그렇게 부어오르신 겁니까? 선장님.”

“꿰-엑, 내가 우리 슈바인 제국의 우월함을 계속해서 자랑하고 강조하자, 그 특유의 미소를 짓는 취조관 그놈이 식사를 제공하더군. 설렁탕이라고 하던가?”

“그 식사가 혹시 독극물, 혹은 자백제 같은 것이었습니까?” 상관의 안위가 걱정되는 런천미트였다.

“아니 그건 아니었네. 제법 구수하고 국물도 진한게 먹을만 했어. 그런데 갑자기 그 설렁탕으로 나를 고문했네.”

“아니, 음식으로 고문을 하다니, 털없는 원숭이 녀석들이 우리가 식탐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사지를 포박해 놓고 먹지 못하게 했습니까?”

“아니, 그것도 아니었네. 분명 먹긴 먹었어. 코로.”

“....”

“그들은 이미 정보창출도구로서 설렁탕이 상당한 효용을 갖고 있단 걸 입증했다고 하더군. 확실히 당해보니 효과가 어마어마했어.”

“그래서 혹시 군사기밀을 유출하신건 아니십니까?”

“그정도로 내가 굴복할 정도로 나약하게 보이나? 부함장?”

“아니, 아닙니다. 제가 아는 스팸 함장님은 그렇게 나약하신 분이 아닙니다.”

“아니, 자네가 잘못 보았네. 거기까지는 버텼는데, 결국 그들이 설렁탕 국물에 고춧가루와 후추, 김치 국물이란 것들을 넣어서 내게 주었네.”

“그것이 무엇입니까?”

“양념일세. 그렇게 만든 설렁탕은 몇 배나 맛있었네. 그리고 몇 배나 강력했네. 그게 코로 들어왔을 땐 버틸 수 없었네. 끝까지 정보 유출 하지 않았을 자네를 저버린 것 같아 미안할 따름이네.”

런천미트는 뜨끔 하면서도 이야기를 계속 했다.

“...결국 어떤 기밀을 알려주신 겁니까?”

“내가 전부 알려줬을 것 같은가? 내가 알려준 것은 제국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집단인 제 1함대가 위치한 곳이네.

“제 1함대 말입니까? 제국 총 함대 사령관 ‘가브리살’ 제독의 제 1함대 말입니까?”

“그렇다. 아무리 이 털없는 원숭이들이 요상한 마법을 써대도 제 1함대의 무력 앞에는 어쩔 수 없을 것이네. 미약한 소요가 진정된 이후에는 우리를 구원하러 와줄 것이다. 어떤가? 부선장, 나의 심모원려한 계책이?”

자신있게 말하는 선장의 이야기를 들은 런천미트는 절망에 찬 눈빛을 띠며 말을 이었다.

“...선장님, 인정하시지 못하실 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행동으로 인해 우리 제국은 파멸의 길에 접어들었는 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인가? 런천미트 부선장. 저들이 무적의 1함대를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가?”

“아니오, 1함대가 아니라 우리 제국, 그리고 전 우주의 모든 종족의 무력을 모아도 지구인의 일개 국가에게 조차 적수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정도로 저 지구인은 강력한 종족입니다.”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으나, 그에 맞는 앞선 제도 역시 가지고 있는 지구인이라면 그 올바른 지성으로 우주를 올바르게 지도해 나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던 런천미트 이었으나, 코렁탕 앞에 무너진 상관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인해 그 질서잡힌 우주에서 적어도 슈바인 제국만은 존재하지 못할거란 암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1000년 전에 있었던 어느 과학자의 일화를 떠올리며 욕했다.

“그 떨어진 과일 하나 때문에 이렇게 되다니.”


1) 슈바인 Schwein 은 독일어로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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